아래의 칼럼은 2013년 1월 25일에 작성됐습니다.
▲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8889096@N05/6708616645/
[1999년, 휴대폰 할부판매 허용]
1999년 5월 14일 정보통신부는 휴대폰 할부판매를 마침내 허용키로 했다. 발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허 방침이었으나 이통사들, 제조사들,대리점들의 집요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상품이 할부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시장 혼탁을 우려해 휴대폰만 할부판매를 금지한 것은 탁상행정에 가까운 정책이었다. 물론 1999년 5월까지 이미 1조 5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이 투입돼 신세기통신(SKT에 합병됨)을 제외한 4개 이통사들은 적자 상태여서 전혀 우려가 없던 건 아니었다. 휴대폰 보증금과 가입비에 대해서는 1997년부터 할부제도(분납)가 시행돼 왔었다.
보통의 경우 정보통신부는 보조금 과열 상황을 늘 경계했지만 정책적으로 잠시 눈 감는 경우도 있었다. 2002년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2.5세대 EV-DO 단말기가 나왔을 때, 50~70만 원에 달하는 EV-DO 단말기 구입 활성화를 위해 할부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확대하는 것을 승인했다.
2004년 번호이동성 제도(MNP)가 도입되기 두 달 전에 KTF와 LGT는 정보통신부에 SKT의 휴대폰 할부제도를 전면 금지시켜 달라는 정책건의문을 제출했다. 당시 SKT의 가입자 기준 M/S는 54.3%였고 매출액 기준 M/S는 61.4%였다. 휴대폰 할부의 시장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당 정책건의가 거부 당하자 KTF는 가입 후 1년 후부터 휴대폰 값을 분할 상환하는 ‘거치식 할부제도’를 도입하려고도 했으나 끝내 승인 받지는 못했다.
[2008년, 3G 도입후 신개념 약정할부 등장]
3G 통신규격이 도입된 2008년에는 새로운 개념의 약정 할부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008년 초반에는 기존부터 있어오던 의무약정제가 더 보편적이었다. 의무약정제는 사용기간을 약정하면 가입 시점에 일시불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였다. 새로 등장한 ‘약정 할부 프로그램’을 보면 SKT는 ‘더블할인’, KTF는 ‘쇼킹스폰서 골드형’, LGT는 ‘오즈 실속할인’이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통신사 별로 제공하는 약정기간과 매월 제공하는 할부 지원 금액은 조금씩 다르나 기본적인 개념은 똑같았다. 보조금처럼 가입시점에 지급해 처음부터 할부원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매달 일정액의 할부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였다.
사실 이는 ‘할부대납’이란 변칙적인 영업 형태에서 가져온 아이디어였다. 휴대폰에 할부제도를 도입한 후 이를 악용한 사건들이 많았다. 판매채널에서 통신사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매달 할부대금을 가입자 대신 납부해주겠다고 한 다음, 1~3개월만 할부대납을 한 뒤에 도망치는 사기 형태였다. 통신사들은 유통의 편의성을 위해 대리점의 단말기 할부 채권을 매입한 뒤에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해 단말기 할부 채권을 다시 은행권에 판다. 즉 약정 할부 프로그램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직접 일정액의 할부대납을 하는 형태였다.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단말기할부/요금할인/보조금]
현재의 ‘단말기 할부, 요금할인, 보조금’ 이란 3중 협주곡 구조가 완성된 것은 2009년 11월에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부터였다. 그 이전까지는 약정 할부 지원프로그램과 요금할인을 통해 공짜폰을 ‘제작’했지만, 아이폰부터는 오직 요금할인만을 통해 ‘공짜폰’을 제작하려 했다. 통신사 별로 해당 요금할인 프로그램들의 이름은 SKT는 ‘스페셜할인’, KT는 ‘스마트스폰서’, LGT는 ‘슈퍼세이브’이다.
애초의 의도는 낭비적인 보조금 경쟁을 막기 위해 정해진 금액만을 요금할인이란 형태로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즉 단말기 보조금을 기본료의 요금할인으로 돌린 것이다. 효과 없는 낭비적인 보조금 지출도 막고 영업비용 축소로 매출 확대에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부 가입자들에게 돌아가던 보조금 혜택을 전체 가입자에게 무차별하게 동일하게 제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난 15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이통3사의 M/S 현실과 이동전화 가입률이 100%가 넘은 상황에서 이통3사는 서로의 가입자를 뺏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요금할인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특히 KT에서만 판매했던 아이폰 이슈와 맞물리며 이통3사는 요금할인은 요금할인대로 제공하면서 전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쓰고 말았다. 게다가 할부대납 형태의 단말기 할부 지원 프로그램도 요금할인 프로그램 안에 추가로 포함되면서 이통3사의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떨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