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칼럼은 2013년 3월 12일에 작성됐습니다.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까?]
2013년 3월 1일 독일 하원에서 새로운 저작권법안이 승인됐습니다(물론 이는 상원을 통과해야 확정되는데, 현재 상원은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최종 확정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새로운 저작권법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글은 저작권 사용료 없이, 언론의 기사를 노출할 수 있다. 단, “간단한 단어들과 최소한의 문장 발췌”란 제한이 있고, 이것을 어기면 구글에게 저작권료를 부과한다
헌데 여기에서 “간단한 단어들과 최소한의 문장 발췌”란 것은 상당히 애매해 보입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을 상기시키는 “법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일단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구글은 “가장 위협적인 부분이 제거됐다”며 환영사를 한 다음, 독일을 위해서도 “혁신을 제약하고 신생 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법은 삼가 되어야 하고”, 사실 구글은 독일 언론들에게 “웹페이지 방문자 수를 늘려주는 가교 역할을 해 큰 도움을 주었다”라고 했습니다.
이번 쟁점이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2013년 2월에, 구글은 프랑스의 미디어업체들과의 이른바 “링크세” 다툼에서, 프랑스 정부의 개입으로 결국 “조금” 무릎을 꿇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프랑스의 미디어업계를 위해 6,000만유로(약 896억 원) 규모의 ‘디지털출판 혁신기금(Digital Publishing Innovation Fund)’을 지원하고 프랑스 매체들의 광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사 광고 플랫폼을 활용해 조력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미디어 업계들이 “링크세”를 받는 것이 과연 진정한 승리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트래픽”이 줄어들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바로 미디어 업계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이슈는 향후에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심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독일에서 “링크세” 논쟁이 불 붙었을까?]
현재 독일 유수의 언론들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가 파산했고, 「파이낸셜타임」> 독일판은 인쇄를 중단했으며,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대대적인 긴축 재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수백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상황의 대체적인 평가는 독일 활자 매체들이 “온라인 매체가 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활자매체 중 온라인 매체로의 변신이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곳은 「뉴욕타임스」입니다. 「뉴욕타임스」는 1997년부터 “온라인 유료 콘텐츠 모델”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1년 5월에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를 “페이월'(Paywall)”이라고 합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분량을 넘어 읽기 위해서는 “돈을 내지 않으면 넘어설 수 없다”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미디어매체가 자사의 브랜드 파워와 보도의 질적 수준을, 스스로 신뢰할 때 도입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현재 온라인 구독자 수가 56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미디어업체의 광고 시장이 줄어드는 진짜 이유는?]
아래 표에서 보면, 미국의 미디어업계의 광고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활자매체”의 광고매출과 “온라인을 포함한 활자매체”의 광고매출이, 똑같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활자매체의 광고수익의 감소가, 온라인 매체의 광고 수익 상승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도 이전에는 활자매체의 광고매출만 12억 유로였으나, 현재는 “활자+온라인매체”의 광고수익이 2억 유로에 불과합니다(물론 이때의 “온라인매체”란 “활자매체”의 온라인판을 말합니다).
▲ 출처: Business Insider
[이미 “디지털 퍼블리싱”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면,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 매체들의 광고매출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아니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이란 “신문과 잡지 등을 PC•태블릿 PC•스마트폰 용으로 만드는 것” 말합니다. 이들 디바이스들 중 핵심은 태블릿PC, 그 중에서도 “아이패드”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이패드가 출시되던 2010년 4월 3일에, “디지털 매거진”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세계신문협회(WAN)는 2010년 10월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17회 총회 주제를 ‘태블릿의 해: 모바일 보급이 뉴스 비즈니스를 변화시키는 이유’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아이패드용 잡이 등이 다수 퍼블리싱 돼있습니다.
[한국인의 생활형태에는 맞을까?]
2013년 3월 6일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는 “전자책 독서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2012년 동안 전자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14.6%
2012년 동안 전자책 독서량(책을 읽지 않은 사람 포함): 1.6권
연령별 전자책 읽는 비중: 20대(29.2%) > 10대(21.5%) > 30대(17.5%) > 40대 10.4% > 50대 5.6% > 60대 0.5%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읽는 독자: 13%
문학이 최선호 분야: 38.3%
전자책 이용 다바이스: 스마트폰이 44.1% > 컴퓨터•노트북 38.1% > 태블릿PC 11.2% > 전자책 전용 단말기 2.3%
5년 후에 대세는: 종이책 위주 56% > 종이책, 전자책 영향 반반씩 21.4% > 전자책 위주20.1%
다른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공동 조사한 “2012년 인터넷 이용실태” 중 마트기기(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보유율
전체: 63.7%(남자 67.8% /. 여자 59.5%) > 2011년: 31.3%
20대: 91% > 2011년: 70.9%
30대: 87.5% >2011년: 54.8%
40대: 72.3% > 2011년: 30.8%
50대: 46.8% > 2011년: 9.5%
6-19세: 64.5% > 2011년: 21.4%
DMC미디어가 발표한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독서경험 한국인의 디지털 소비 실태”를 보면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독서경험”은 20-30대가 많으며, 특히 30대는 절반이 넘습니다.
▲출처:, DMC미디어
이런 조사결과만 보면, 한국의 광고시장은 금세라도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PC로 주도권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에서는 태블릿PC가 “잘 팔리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KCC)
[미국에 애플의 “아이패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네이버의 “뉴스캐스트”가 있다]
네이버를 방문하면 화면 중간에 “각 언론사들의 뉴스의 제목들”을 모아놓은 박스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뉴스캐스트”가 화면에 시현된 형태입니다.
뉴스캐스트 이전에는 “뉴스박스”가 있었습니다. “뉴스박스”에 대해 네이버가 갖고 있던 권한은 엄청났습니다.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편집권”을 네이버가 갖고 있었으니까요.
네이버의 선택에 따라 노출되지 않은 언론사들도 많았고, 편집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아 결국 네이버는 “편집권”을 내려놓은 “뉴스캐스트”를 새로이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한 번 네이버로 돌려진 “언론유통” 영향력은 다시 개별 언론사의 사이트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3년 2월에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란 서비스를 새로이 내놓고, 한달 간 “뉴스캐스트”와 병행했습니다.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내놓은 것은 낚시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제목들”에 대한 사회 논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결정은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뉴스스탠드”는 “뉴스캐스트”처럼 “기사제목”만을 노출시키지 않고, 일단 언론사들을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용자가 언론사를 선택하면, 언론사의 온라인 홈페이지가 그대로 열리는 식입니다. 물론 이용자 별로 “MY뉴스”란 위젯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Y뉴스”는 네이버 이용자 20% 정도만 설정해 기대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네이버가 보기 편하게 제공해왔던 “뉴스캐스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겁니다. 이에 네이버는 당초 “뉴스스탠드”를 2013년 3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지만, 일단은 한 달간 유예한 상황입니다. 향후 어떻게 될지는 지속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디지털 퍼블리싱”, 즉 “모바일 미디어(언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가 2월에 “뉴스스탠드”에 대해 일종의 파일럿 테스트를 할 때에도, 모바일 디바이스 쪽에는 “뉴스스탠드”를 적용하지 않고, “뉴스캐스트”만 적용했습니다.
네이버 역시 “언론유통”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상실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