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칼럼은 2013년 2월 28일에 작성됐습니다.
[가상화폐, ”Amazon Coins”와 “초코”의 현재]
최근 아마존은 “아마존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 등을 구매해 “킨들파이어”에서 쓸 수 있는 “Amazon Coins”를 공개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가상화폐인 “초코”를 쓰고 있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애플은 정책적으로 “가상화폐”나 애플 외의 다른 결제수단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이폰(iOS)에서는 “초코”를 쓸 수 없었습니다.
헌데 최근 구글도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카카오의 “초코”를 구매하려면 구글의 결제플랫폼을 써야만 합니다. 이때 카카오는 구글에게 결제액의 30%를 지급해야 합니다(기존 계약관계에 있던 결제대행업체 “다날”에서는 10%의 수수료를 지급했습니다).
[이미 “오래된 미래”, 스마트폰은 지갑이다]
최근에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은행 그리고 결제대행업체들까지 “Walle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Wallet”은 다름 아닌 바로 지갑입니다. 헌데 이제 지갑의 형태가 가령 “가죽 장지갑”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가죽 장지갑”에서의 지불 결제수단은 “신용카드”와 “실물 화폐(지폐, 동전, 상품권 등)”였습니다. 그리고 “Wallet”의 화폐(지불 결제수단)은 똑같이 “신용”과 “(가상)”화폐입니다.
현재 “지갑이기도 한” 스마트폰의 OS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구글(안드로이드)와 애플((iOS)입니다. 즉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현재, 우리의 지갑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구글과 애플입니다. 이런 와중에 아마존은 “가상화폐”로 도전을 새로 시작했고, 카카오는 적어도 “결제 플랫폼”에 대해서는 “손을 놓아버린” 형국이 됐습니다.
카카오는 애플리케이션이고,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의 대부분은 스마트폰 OS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스토어에서 일어나므로, 카카오는 “결제 플랫폼” 때문에 다른 “잘 나가는 플랫폼”을 잃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카카오가 애플과 구글의 결제정책을 거부한다면, 스토어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더 이상 업데이트할 수 없을 테니까요.
[왜 이렇게 “모바일 결제”에 “집착”하는가?]
“왜 이렇게 모바일을 꿈꾸는 모든 기업들이 결제에 집착하지”란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시대는 이미 “모바일”이고,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구매와 결제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결제수단은 여전히 “신용(카드)”와 “(가상)화폐”입니다. 아마존과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에서 이미 지배적인 “신용”이란 거래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란 결제수단을 택한 것입니다.
결제수단, 즉 화폐를 지배한다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쓰고 있는 “지폐”는 사실상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다른 사람이 가진 “화폐의 구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도 제가 가진 “화폐의 구매력”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결제수단, 화폐는 “사용과 거래의 편리성” 때문에도 만들어진 것이지만,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에 대한 상호신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이것의 최종 보증자가 각 나라와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입니다.
“이에 대한 간단하고도 올바른 대답은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종잇조각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화폐는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허구에 불과한 것을 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 허구는 쉽게 깨트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공통된 화폐를 갖는다는 것은 가치가 매우 큰 일이어서,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일을 겪으면서도 그 허구를 지키려고 한다.”
『미국화폐사』, 밀턴 프리드먼
헌데 왜 국가가 최종 보증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국가의 막강한 지배력과 권위 때문입니다. 예전엔 왕이 이런 권위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옛날 동전들에는 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즉 “(가상)화폐”의 성공은, 모바일에 국한해 얘기하면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하는 권위 있는 기업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화폐의 지배는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화폐를 지배한다는 것은 더욱 권위를 키우는 일입니다.
단순히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화폐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번에 구글이 카카오의 “초코” 결제액의 30%를 달라고 “결정 후 통보”한 것도 그 예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모든 “좋은 서비스”의 끝에는 “결제”가 있습니다. “좋은 서비스”로 “돈을 벌려고 하는(유료화)” 기업들의 “결제수단”을 다른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면, 실은 그 수수료 비중만큼 그 서비스를 “다른 기업이”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바일 결제”를 지배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것이 아마존이 ”Amazon Coins”이란 가상화폐를 내놓은 이유입니다. 정확히 말해 “가상화폐”란 말은 그냥 “화폐”로 바뀌어도 무방합니다. 화폐 자체가 근본적으로 가상이고, 또한 이미 모바일 시대에 “실물 제품”이 아닌 “가상 제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더 이상 “가상”이란 말을 붙이는 것도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입니다.
저는 차라리 아마존의 ”Amazon Coins”에 “Local Currency”란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마존의 화폐가 통용될 수 있는 곳은 “아마존이 지배하고 있는 생태계” 내로 국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화폐이든, 화폐의 성공 여부는 “확장성”에 있습니다. 경계가 없는 확장성이 “거래의 편리함”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아마존은 ”Amazon Coins”을 출시하며, 프로모션 성으로 수천 만 달러에 달하는 화폐를 고객들에게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지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돈이 뿌려지는 곳은 “이미 지배하고 있는 아마존의 땅에 사는 사람들”에 국한될 것입니다.
모바일 서비스를 지배하기 위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지배하려면
모바일 화폐를 먼저 지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의 구조, 즉 디바이스에 장착된 OS를 먼저 지배하고
OS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 OS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가장 많이 팔아야 할 것입니다.